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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익숙함과 변화 사이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강이 그려낸 난해하고 모호한 사랑의 감정!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전혀 다른 두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폴의 심리를 중심으로, 그녀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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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이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엔딩의 임팩트는 진짜 아직도 생생하네요.. 익숙한 삶을 살며 변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에 비수를 제대로 꽂습니다.

익숙함은 변하지 않기에 익숙함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변하지 않는 익숙함 속에서 변화가 찾아오길 기대하는 실수를 범하며 살아갑니다.

익숙함과 새로움, 그리고 익숙함으로의 회귀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입니다.


짧은 TMI1 )
브람스는 독일의 작곡가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장가와 헝가리 무곡이 제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관심있으시면 브람스 1번 교향곡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짧은 TMI2 )
2020년에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가 있었는데요!ㅋㅋㅋ 이 책이 원작은 아니고 제목만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줄거리

이 책에는 폴이라는 여성, 그녀의 오랜 연인 로제와 새로운 연인 시몽이 등장한다.

폴은 로제와 만나면서도 지독한 고독에 시달리고 있다. 로제는 폴 외에도 만나는 여자가 있었고 오랜 만남 끝에 그녀에 대해 관심이 시든 탓에 늘 그녀를 외롭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때 일을 계기로 만나게 된 한참 어린 청년 시몽이 그녀에게 다가옵니다. 시몽이 폴에게 적극적 구애를 펼치던 중에 보낸 편지에 적혀있는 한 구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 말에 폴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별거 아닌 말에 깊은 감상에 빠지며 잃어버렸던 자아를 되찾게 됩니다. 단순한 질문에 깊은 감상에 빠지게 된 것은 오랜 시간 누구도 그녀에게 그러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도.

로제와 시몽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녀는 결국 익숙했던 로제에게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잊고 살아왔던 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는 자신을 잊고 관성처럼 익숙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엇에 가슴 뛰는지, 무엇을 사랑하는지. 모든 것을 잊고 "그냥"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책에서 폴도 로제로 인해 고통받으면서도 그를 사랑합니다. 책에서 말하기론 서로 사랑에 빠지기 위해 거쳤던 노력들이 아쉬워서라고 얘기하는데요. "지금까지 함께 한 세월이 얼마인데.."라는 생각인 거죠.


Photo by Brad Starkey on Unsplash


폴에게 시몽이라는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사람이 나타나도, 그녀는 옛 연인 로제라는 족쇄에 묶여있습니다. 폴은 어쩌면 그 족쇄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 족쇄에 꽁꽁 묶여 살고 싶어 합니다.


폴은 왜 그리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요?

새 연인 시몽은 나이차를 신경 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14살 차이의 나이차를 의식하며 이 관계가 지속될 수 없음을 단정합니다. 그리고 시몽을 밀어내는 만큼 그 반대급부로 로제에게 다시 끌리게 되죠.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왜 다시 옛 연인인 로제에게 돌아간 걸까요? 분명 시몽과 함께였을 때, 폴은 행복해 보였고 시몽은 폴이 그동안 로제에게 바라 왔던 사랑을 다 주었는데도.

정말 그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아니면 그저 변화가 두려웠던 걸까요?



Photo by Javier Allegue Barros on Unsplash



우리는 늘 선택의 순간에 서있습니다.


두렵더라도 일상을 벗어나 미지의 새로운 삶에 발을 내딛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지독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혹은 똑같은 일상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며 살아갈 것인가?




폴이 익숙했던 로제에게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서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여지없이 그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158p


로제는 다시 다른 여자를 만나느라 폴을 바람 맞힙니다.

그때 폴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속았다는 배신감일까요 아니면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일까요?


고통받는 삶이었더라도 변화를 택하지 않고 일상으로 다시 회귀하는 폴의 모습은 사람이 사람이 얼마나 변화를 두려워하는지, 그로 인해 사람은 살면서 얼마나 자신의 삶을 파괴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에 대한 회의라는 주제 외에도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관찰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함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존재지만 때로는 서서히 우리를 갉아먹기도 합니다.

변화가 필요함을 깨달았을 때, 변화를 택하면서 살아오셨나요?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형을 선고합니다.

43~44p



  



성인의 20% 정도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다고 하던데, 저도 어쩌면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옹치 드림